동부그룹이 2세들에 대한 사전상속 작업을 사실상 마쳤다.
20일 동부그룹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2세인 김남호 씨(27)와 주원 씨(29)는 지난 8년간 계열사 주식의 반복적 매매와 증자 참여 등으로 지분을 확대, 장남 남호 씨는 김 회장에 이어 개인 2대 주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계열사이자 최대 지주회사격인 동부화재의 경우 14.06% 지분을 가진 남호 씨는 김 회장의 지분율(15.41%)과 거의 차이가 없는 상황이며 누나인 주원씨의 지분을 합치면 17.5%로 아버지인 김 회장의 지분을 능가하고 있다.
남호 씨는 동부제강 동부건설 동부한농화학 동부증권 동부정보기술 등 기타 계열사의 경우에도 개인주주로서는 김 회장에 이어 2대주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동부그룹의 경우 동부화재 동부제강 동부건설 등 그룹 지주회사 성격의 법인이 가진 계열사에 대한 출자비중이 워낙 높아 개인 최대 주주인 김 회장의 지분율을 능가하는 개인주주가 등장하면 계열사 지분을 통해 동부그룹 21개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통채로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따라 2대 주주인 남호 씨는 아버지인 김 회장과의 지분율 조정을 통해 언제라도 상속돚증여세 등 추가 세금부담 없이 동부그룹의 소유돚경영권을 이양 받을 수 있는 준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의 이같은 사전 상속작업은 지난 95년 김 회장 자녀들에 대한 220억원대의 계열사 주식증여로 부터 시작됐으며 2세들은 최초 증여받은 주식의 증여세로 당시 약 100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100억원 증여세만 물고서 자산규모 10조원을 넘는 재계 순위 14위 재벌의 소유 경영권이 2세에게 이양되는 것이다.
남호 씨가 현재 가진 그룹 주식의 시가 총액은 570억원대로 불어났다.
최초 증여받은 주식을 팔아 증여세를 납부했음을 감안할 때 남호 씨는 8년간 주식투자를 통해 아버지로 받은 종잣돈을 7∼8배 규모로 불린 셈이다.
2세들은 올들어 동부제강과 동부화재 등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계열사 주식을 약 80억원어치 집중 매입한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과 주식 매입 자금의 출처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관계당국은 동부그룹의 사전상속 과정에서 장내에서 주식을 판 2세들이 일부 계열사들과 장외거래를 통해 지분율을 회복했고, 2세들의 주식매매 전후로 자사주 펀드의 설정이 이루어진 점 등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측은 올들어 이루어진 2세들의 주식매입 자금의 출처와 관련 "95년 증여받은 계열사 주식을 팔고 되사는 과정에서 얻은 이익으로 재투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그룹은 경영권 이양과 관련 "2세들의 나이가 아직 어리고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아 경영권 승계를 본격 논의하기에 이르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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